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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득하우스/i 유리같은그녀

1. 거짓

남자의 인터넷방 2013. 12. 6. 14:01

속였다.

왜 그랬는지, 왜 거짓 이야기를 했는지

무엇보다 그녀가 제일 잘 안다.

 

 

" 여보세요~. 응..여보. 나 별거 아니래. 그냥 염증이 생겼데. 피검사랑 소변검사 나와서 보니깐

염증만 보여서 그냥 약타서 왔어 "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그리고 큰 소리로 이야기 한다.

 

" 병원에서 나오다가 너무 속쓰리고 추워서 커피숍에 잠깐 들어왔어 "

 

남편도 걱정이 많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 " 왜 전화기가 꺼져있었어? "

" 응. 의사선생님이랑 검사결과 이야기 한다고 꺼놨지 "

 

사실 위암이다.

우려는 했지만 현실로 나타날 줄이야.

남편에게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 내시경도 해 보았다.

사진을 받아서 나오는데 갑자기 너무 추워졌다.

 

차를 타고 집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병원 검사 들어가면서 꺼 놓은 핸드폰.

그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생각한다. 어차피 들어가야 할 집.

그쪽으로 걸어가보자.

 

내시경 검사 때문에 어제 밤새 굶어서인지 속도 쓰리고 너무 춥다.

갑자기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멀리서 조그맣고 따뜻해 보이는 커피숍이 보인다.

무엇을 먹을까..~. 헐..

예전같으면 당연 아메리카노.

안 좋은 커피 마시면서 왠 몸 생각. 조금 연할것 같은 카푸치노를 마신다.

 

하얗고 커다란 잔에 꽃잎이 놓인 카푸치노가 나왔다.

야~~~ 이쁘다.

그때까지 핸드폰을 켤까 말까 고민을 했다.

 

그래.. . 다 날 걱정해서 그런걸꺼야.

 

 

내시경하다가 죽은 사람들도 있다며 왜 맘대로 내시경을 결정하냐면 아침에 화내던 남편.

어떻게 아픈 사람 생각하지는 않고 저렇게 맘 아픈 말만 할까.

검사 받으면서도 핑 돌던 눈물.

 

따뜻한 커피 한잔이 들어가면서 이해가 된다.

그래, 날 걱정해서 그런걸꺼야. 표현은 그래도 걱정되니깐.

 

아침일찍 집으로 찾아온 시어머니.

괜히 짜증이 났다. 병원 간다는 이야기에 집 청소라도 도와주시러 오는건데..그냥.. 놔두시지..

 

그래, 걱정되서 오신걸꺼야. 물어보진 못하고 표현은 못하고 그렇게라도..

 

따뜻한 커피 한잔이 마음을 녹인다.

그제서야 핸드폰을 켜고.. 한참을 바라보다 남편에게 전화했다.

 

-> " 핸드폰이 꺼져 있던데.."

그래. 내 생각이 맞았다. 남편이 날 걱정하고 있었던 거다.

 

" 응~ 별거 아니래~"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참 신기했다.

 

카푸치노 위에 그려진 꽃잎은 처음에 나왔을 때도, 어느정도 마셔도,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꽃잎이 남아있다.

하....

그렇구나...

창밖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사람들.

저들인들 다 행복하랴.

다들 열심히 사는거지..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 억울할 만큼..

보상심리와 뭐라 말할수 없는 ... 그.. 다하지 못할것 같은 의무감 같은 것들이

동시에 머리속에 맴돌았다.

 

거짓 이라는 것이 오래가지 못하는 속성이 있어 언젠가는 이야기 해야 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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